가난한 사랑 노래
좋은 글 좋은 생각 / 2007. 11. 12. 11:54
가난한 사랑 노래
(부재: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 신경림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두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와 메밀묵 사려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뜨거운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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