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마라톤을 금지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1974년 자국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게임에서도 마라톤 종목을 제외시켰다. 처음부터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이처럼 이란이 마라톤을 철저하게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라톤의 기원에서 비롯된다.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제는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에 사신을 보내 무조건 항복할 것을 권고한다. 이미 낙소스와 델로스 등을 정복한 후였기 때문에 다리우스 대제는 거칠 게 없었다. 하지만 아테네는 항복은 커녕 페르시아 사신을 우물 속에 넣고 매장해 버린다. 화가 치민 다리우스 대제는 전함 600여 척에 10만여명의 정예군사를 동원, 아테네 정벌에 나선다.
페르시아군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42Km 떨어진 마라톤 평원까지 진격해 왔다. 마라톤 평원 전체를 둘러싼 페르시아 군대의 위용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위세에 눌려 아테네 장군들은 이 전투를 포기하고 후퇴할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이때 밀티아데스 장군이 나섰다. 마라톤 평원에서 후퇴한다면 아테네는 물론 그리스 전체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른 장군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밀티아데스는 용장 칼리마코스 장군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 둘의 설득으로 싸우자는 쪽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전선 중앙부에 비교적 약한 군을 배치하고 좌우로 강력한 부대를 포진해두었던 밀티아데스의 작전에 말려들어 페르시아군은 앞뒤로 포위된 채 무력하게 무너졌다. 아테네군은 쫓기는 적을 해안가 습지로 몰아넣었다. 습지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게 된 페르시아군을 아테네인들은 무참하게 살육했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이 전투에서 죽은 페르시아군 전사자가 6400여명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기쁜 승전의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시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한 병사가 아크로폴리스로 향했다. 그는 쉬지않고 달려 가슴을 졸이고 있던 수만명의 아테네 시민들에게 승전보를 전한 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엇다. 마라톤 전투에서 아테네는 완벽한 승리를 거둔 반면 페르시아의 무적 정예부대는 치욕적인 첫 패배를 당했다.
페르시아 입장에서 보면 마라톤 전투는 끔찍한 기억이다.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이 지금도 마라톤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유다.
이경수기자=포커스마라톤/eRunNews.com